질병과 건강 - 80 평균 수명을 위해

머리가 거꾸로 있는 태아 - 손으로 자연분만 유도

풀잎처럼 2015. 2. 11. 06:49

출산을 앞둔 태아의 머리는 보통 산모의 뱃속에서 아래쪽으로 향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일부 태아는 초음파 검사를 해 보면 머리가 위로, 엉덩이는 밑으로 향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둔위 태아(역아)'라고 부른다. 국내 신생아의 4~5%가 출산 시 둔위 상태로, 이럴 때 자연분만을 하면 머리가 아닌 발이나, 엉덩이부터 나오게 되어 머리가 걸려 나오지 못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국내 산부인과에서는 대부분 제왕절개를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산모가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둔위 태아를 정상적인 자세로 돌려놓는 둔위교정술(역아회전술)을 선택해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헬스조선]사진=중앙대병원 제공


둔위교정술은 임신 말기인 36~37주에 태아가 역아일 때, 의사가 산모의 하복부를 손으로 밀어 올리면서 머리의 방향을 아래로 조절하여 태아 자세를 정위(두위, 머리가 아래로 있는 자세)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마취나 별도의 기구 없이 초음파로 태아의 위치를 보고 심장박동 등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둔위교정술은 의학 교과서나 외국 학회 진료 지침에도 명시된 시술법으로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극 활용되어 오던 방법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데다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지금까지 제왕절개를 권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제왕절개 시술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둔위 시 제왕절개 수술이 부담이 없어 선호된 측면이 있다"며, "둔위교정술을 가르치고 배울 기회가 많이 없어 국내에서는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 시술 과정을 잘 관찰하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킨다면 배우기도 쉽고 안전한 시술이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300건의 둔위교정술을 실시해 70%의 성공률을 보인 김광준 교수는 "현재 중앙대병원에는 국내 여러 산부인과 의사들이 둔위교정술을 배우기 위해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며, "이 교정술을 통해 많은 역아 산모들이 자연 분만으로 출산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